🌊 이슈특집: 가자지구, 하나의 학살 엇갈린 시선

🌊 이슈특집: 가자지구, 하나의 학살 엇갈린 시선 _ 97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GENOCIDE

2025. 11. 25.

🌊 이슈특집: 가자지구, 하나의 학살 엇갈린 시선 _ 97호

2025.11.26(수) 97번째 뉴스레터

이슈특집: 가자지구, 하나의 학살 엇갈린 시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지난 10월 8일, 휴전을 맺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나요? 휴전 중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가자 지구에서는 매일 같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가자 지구의 비극은 어느새 ‘타인의 고통’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면서도 각자 처한 현실의 다른 문제들 때문에 조금씩 ‘어쩔 수 없어’하며 외면 아닌 외면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미국 작가 수전 손택은 책 ‘타인의 고통’에서 현대인들이 전쟁과 고통의 이미지를 소비하며 점차 둔감해지는 현상을 지적합니다. 손택은 연민을 느끼는 데 그치지 말고 연대 의식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기독교인에게 익숙한 발화로 바꾼다면 “기도할게”라는 형식적 말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정도의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실제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여름성경학교 시절 때부터 배워서 잘 알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수전 손택까지 가지 않더라도요.
이렇게 글을 적는 저 자신도 마음속 부담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비극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단 말인가’하는 의문이 생기거든요. 물론 여기에 대한 대답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맞아, 우리에게 모든 책임이 있어’라는 정답을요.
첫 단추는 인식의 변화일 겁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분쟁’이 아닌 ‘학살’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은 이번 월간WAYVE를 꼼꼼히 읽고,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고민하는 일일 겁니다.

이슈특집: 가자지구, 하나의 학살 엇갈린 시선

🔷글_냉이(기윤실 홍천행 간사)

써퍼 님, 찬 바람이 부는 11월, 안녕하신가요?

옷깃을 여미게 되는 계절입니다. 문득 우리가 안부를 묻는 이 평범한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멈추지 않는 포성이 울리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시려옵니다.

이번 이슈특집은 조금 무거운, 하지만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꺼내보려 해요. 팔레스타인 학살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비극 앞에서 한국교회 청년인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해초의 Gaza 항해(출처: 개척자들 홈페이지)

🌊 첫 번째 물결: 바다를 건너는 마음, 해초의 용기

써퍼 님은 혹시 해초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바다 속 그 해초 맞아요. 하지만 오늘 소개할 해초는 27살의 평화활동가 김아현 님의 활동명입니다.

지난 9월, 그는 죽음까지 각오하고 가자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해초는 아래와 같이 얘기했습니다.

"만약 가자에 간다면 한국과 가자를 연결하는 매개가 될 것이고,

만약 죽는다면 한국 사회가 다시 한번 가자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겠죠."

이스라엘군에 나포되어 구금되고 추방당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물리적인 국경은 바다 위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그토록 닿고자 했던, 그러나 닿지 못한 그곳. 해초가 온몸으로 던진 질문 앞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긴급토론회] 잔해 속의 그리스도, 가자의 인종학살과 한국교회의 맨얼굴

🌊 두 번째 물결: 두 개의 시선, 갈라진 한국교회

가자지구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 많이 엇갈립니다. 특히 한국교회 안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11월 4일, 기윤실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모여 <잔해 속의 그리스도: 가자의 인종학살과 한국 교회의 맨얼굴>이라는 긴급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참석해 뜨거운 논의를 지켜보았는데요.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두 개의 시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이었습니다.

첫 번째 시선: 약속의 땅, 이스라엘을 축복하라

오랫동안 교회에서 들어온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한국 교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진영은 여전히 이스라엘=성경의 선민이라는 기독교 시온주의(Christian Zionism)에 갇혀 있습니다. 성경의 약속의 땅을 현대의 이스라엘 국가와 동일시하며,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하나님의 섭리나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해석하는 시선이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권지성 교수는 성서가 말하는 약속의 땅은 특정 인종의 소유가 아니라 정의와 공의가 실현되고 나그네를 향한 책임의 공간임을 강조했습니다.

서구 언론 또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하며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을 지우거나 테러리즘으로 축소합니다. 정치적으로는 가자지구 휴전 결의에 대한 미국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무기력함이 이 비극을 연장시키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선: 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

반대편에는 절규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된 베들레헴의 뮨터 아이작 목사는 우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세계는, 그리고 교회는 이것을 학살(genocide)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합니까?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우리는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망자 4만 명이라는 숫자에 무감각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뒤에 가려진 사람을 봐야 합니다. 이것은 쌍방 과실의 분쟁, 또는 전쟁이 아닙니다. 일방적인 절멸의 시도, 명백한 학살입니다.

왜 학살일까요? 단순히 많은 사람이 죽어서가 아닙니다. 집단의 일부 또는 전부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명백하고, 삶의 기반(병원, 학교, 주거지)을 회복 불가능하게 파괴하여 그 땅에서 살 수 없게 만드는 인종 청소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써퍼 님, 우리는 이 두 시선 사이 어디쯤 서 있나요? 혹시 복잡하다는 이유로, 혹은 신앙의 이름으로 침묵을 택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왜 세계는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에 침묵하는가? : 잔해속의 그리스도

🌊 세 번째 물결: 잔해 속에서 피어나는 질문

어둠 속에서도 빛은 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의 절규뿐만 아니라, 평화를 위해 연대하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뮨터 아이작 목사님은 지난 성탄절 설교 중에, 아기 예수를 말구유가 아닌 건물 잔해 속에 계시다고 말씀했습니다. "지금 예수님이 오신다면, 그는 폭격 맞은 가자의 잔해 속에, 고통받는 아이들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의 한가운데서 함께 울고 계십니다. 그리고 일부 유대인들 또한 "내 이름으로 학살하지 말라(Not in my name)"고 외치며 평화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질문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강자의 편에 선 신을 믿나요, 아니면 고통받는 자와 함께하는 하나님을 믿나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 [BDS] 공식 보이콧(불매) 목록 & 안내서

🙌 함께 만드는 물결: 침묵 대신 연대를

무력감에 빠지기보다,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물결을 일으켜보는 건 어떨까요?

이름 부르기: 분쟁, 또는 전쟁이 아니라 학살입니다. 정확한 이름을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요.
기도와 연대: 매주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기도회나 집회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광화문 등에서 정기 시위가 열리고 있답니다.)
불매와 철회 (BDS):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에 기여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를 잠시 멈추는 것도 방법입니다.
함께 읽기: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역사를 공부하는 모임을 교회 청년부나 소그룹에서 제안해보는 건 어떨까요?

* 아래, 놓치면 아쉬운 꿀정보에서 관련한 정보를 링크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가자의 잔해 속에서 한국교회가 맨얼굴을 직시하고, 돌이켜 생명과 평화의 길을 걸어가길 소망합니다. 써퍼 님의 기도가 그곳에 닿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 고민

이번호 고민은 [기독청년프로젝트 시즌2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청년들은 왜 교회가기 싫을까? 영상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 사회적 약자를 비난하는 교회의 모습, 저만 불편한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년입니다. 교회에서는 늘 "이웃을 사랑하라", "약자를 섬기라"고 배우잖아요? 그런데 막상 현실의 교회는 정반대인 것 같아 마음이 힘듭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학교 급식실 노동자분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파업을 한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저는 그분들의 힘든 노동 환경을 아니까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는데,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한 집사님이 대뜸 "저 사람들 너무 이기적이다. 애들 밥은 먹여야지, 자기들 돈 더 받겠다고 파업하는 게 말이 되냐" 며 비난하시더라고요. 심지어 다른 분들도 "맞아, 요즘 사람들은 감사할 줄을 몰라"라며 맞장구를 치시고요.

교회가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공감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세상의 기득권 논리로 그들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며 큰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이런 공동체에서 제가 계속 신앙생활을 하는 게 맞을까요?

익명 써퍼의 답변

상식이 통하는 공동체,

공감이 있는 교회를 꿈꾸며

써퍼님의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교회 안에서 세상의 상식보다 못한 이야기들이 오갈 때, 그리고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기보다 비난의 화살을 쏠 때 느끼는 그 당혹감은 정말 크죠. 특히 이웃 사랑을 외치는 교회이기에 그 실망감은 더 컸을 거예요.

예수님은 당시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비난받던 세리와 창기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는데, 오늘의 교회는 너무나 쉽게 기득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곤 합니다. 써퍼님이 느끼는 그 불편함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아주 건강한 신앙적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장 교회를 떠나기보다, 써퍼님의 그 건강한 시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례하고 공감 능력 없는 말들에 상처받기보다, "아, 우리 교회가 이 부분에서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구나"라고 객관화해서 바라보세요. 그리고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함께 사회적 이슈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으로 토론해보거나, 관련 도서를 읽는 모임을 작게라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교회가 잃어버린 공감의 언어와 상식을 써퍼님이 조금씩 심어주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