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끝판왕’은 타노스가 아니었네

🌊 책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끝판왕’은 타노스가 아니었네 _ 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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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28.

🌊 책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끝판왕’은 타노스가 아니었네 _ 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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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9(수) 96번째 뉴스레터

‘끝판왕’은 타노스가 아니었네

책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써퍼 님, 우리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종종 명확한 악당을 찾곤 합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단숨에 제거해 줄 끝판왕이 나타나길 바라거나, 혹은 그 모든 재앙을 일으킨 단 하나의 적을 지목하고 싶어 하죠.

이번 뉴스레터에 담긴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리뷰는 바로 그 악당 찾기에서부터 질문을 시작해요. 기후 위기라는 재앙의 주범으로 흔히 너무 많은 인구를 떠올리지만, 과연 타노스의 핑거 스냅 같은 방식이 정답일까요? 리뷰는 그 논리가 어떻게 기후 위기의 진짜 주범을 교묘히 가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희생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 글은 우리가 무심코 저들 때문이라고 여겼던 통념에 균열을 냅니다. 기후 위기의 책임을 아이를 많이 낳는 가난한 남반구에게 돌리는 익숙한 시선 대신, 성장을 멈추지 못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라는 보이지 않는 끝판왕을 정조준해요. 이 날카로운 지적은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진짜 맞서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그리고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번 월간WAYVE가 우리가 자본주의에 빼앗긴 공유지가 어디인지 함께 고민하고, 절망 대신 즐거운 춤을 출 수 있는 우리만의 광장을 상상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그 작은 춤들이 모여 그너머의 삶을 실천하는 시작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끝판왕’은 타노스가 아니었네

책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글_동치미(기윤실 윤동혁 간사)

지금은 예전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지만, 마블의 어벤져스와 ‘끝판왕’ 타노스는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알 만큼 유명했다. 타노스는 타이탄이라는 행성 출신인데, 타이탄의 자원이 고갈되어가자 랜덤으로 절반의 인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타이탄인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행성은 멸망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타노스는 자신의 신념으로 우주를 구원(?)하고자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인구 절반 줄이기’를 실천해 악당이 됐다. 지구에서도 인피니티 스톤이 박힌 장갑을 끼고 핑거 스냅을 시전해 인구 절반을 재로 만들어버린다.

타노스는 멜서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 멜서스주의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말로 유명한 사상이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국가나 사람들은 산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멸망을 막으려 하는데, 특히나 인구가 많은 제3세계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래서 남반구의 가난한 사람들이 북반구의 풍요로운 자기 동네로 이주하려는 시도를 장벽을 세워 막아낸다.

멜서스주의는 이런 배타적 태도를 자연보호라는 명목으로 합리화하는데, 이주민들이 와서 교통량이 많아지고 식량소비가 많아지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에코파시즘이라고 한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당면한 상황을 ‘구명정의 윤리’로 이해한다. 예를 들어 400명의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 50명만 탈 수 있는 구명정이 한 척 있다. 이 구명정에 정원 이상의 사람을 태우면 구명정이 망가져 모두 죽는다. 그렇다면 50명 이외의 사람을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된다. 오히려 도끼를 들고 구명정에 오르려는 51번째 사람의 손목을 내려치는 것이 ‘선행’이다. 그래서 그들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지중해에 난민을 수장시킨다.

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제작했습니다.

여기에 소개한 내용은 영화감독 이송희일이 쓴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의 일부분이다. 작가는 도끼를 들고 장벽을 세우는 또 다른 장소를 소개한다. 남반구의 자연보호구역이다.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평화롭게 노니는 자연보호구역에 장벽이라니?

탄자니아에 있는 세렝게티를 비롯한 수많은 국립공원들은 북반구 백인들에 의해 식민시대부터 지정되어왔다. 자연과 동화되어 살고 있는 선주민들을 ‘자연파괴자’라는 오명을 씌워 내쫓고 중산층 백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사파리로 만들었다. 보호구역 경계에는 무장한 용병들을 세워 선주민들을 박해한다. ‘야생을 보존하기 위해 인간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존주의’는 멜서스주의의 인간혐오(특히 유색인종에 대한)와 뜻을 같이한다. ‘세렝게티의 창시자’로 유명한 독일인 베른하르트 그르지멕은 24살에 나치 돌격대에 자진 입대했던 사람이다. 유대인과 유색인종, 동성애자 등을 학살한 나치의 우생학이 보존주의의 정신적 토대가 됐고 멜서스주의와 결합해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다시 타노스로 돌아가보자. 타노스와 에코파시스트들은 모두 늘어나는 인구가 (기후)위기의 원인이니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다. 타노스는 재산이나 인종에 상관 없이 랜덤으로 재를 만들었지만, 에코파시스트들은 아이들을 많이 낳는다는 이유로 가난한 남반구를 주 타깃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상하다. 기후위기의 주원인은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인데, 탄소는 누가 많이 배출했나? 맞다. 미국과 유럽 같은 부자 나라들이다. 이 파렴치한들은 자기들이 다 망가뜨려 놓고 애먼 사람 손목을 자르고 있다. ¹

작가는 사실 멜서스주의자들과 보존주의자들이 지키고 싶어하는 자본주의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 고발한다. 자본주의는 시장 자체가 아니다. 끝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세뇌하는, 채울 수 없는 항아리다. 매년 최소 1%라도 성장해야 멸망하지 않을 거라고 협박하는 성장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구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핵융합이니 탄소포집이니 하는 기술들이 미래를 구원할 것처럼 광고되지만, 자본주의하에서 모든 기술은 자본에 종속되고 자본가를 위해 쓰일 것이기에 절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전기차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국가는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전기차 구입을 충동질했고, 테슬라의 주가는 치솟았다. 그런데 과연 전기차가 정답일까? 전기차 배터리에는 수많은 광물이 사용되고, 이 광물들은 남반구의 인신매매된 아이들과 여성들이 카르텔에 착취당하며 채굴하는 것이다. 전기차를 굴리는 데 사용하는 전기가 깨끗한지도 의문이다. 사실 정답은 전체 자동차 수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와 시장은 이를 모른 체하고 자본주의 신화를 비호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다.

¹ 핀란드의 급진 생태주의자 펜티 린콜라(Pentti Linkola)는 구명정(지구)에 오르려는 이들의 손을 도끼로 잘라서라도 생존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에코 파시즘의 대표적 사례로 비판받는다. 이 주장을 비판하고자 ‘손목을 자르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거리를 되찾아라(Reclaim the Streets)

‘끝판왕’은 타노스가 아니라 북반구 중심의 자본주의였다. 그런데 이 자본주의는 타노스처럼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목을 칠 수가 없다. ‘어벤저스’처럼 과거로 가서 수탈적 자본주의를 시작한 식민주의자들을 꾸짖고 싶지만 애석하게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책에서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생태사회주의로 전환해 생산체계를 민주적이고 생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해법이다. 이론적으로 공공재에 투자하고 소득과 기회를 보다 공정하게 배분하기만 하면, 현재 가진 것보다 적은 GDP로도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사회적 지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창비, 제이슨 히켈, 2021, 238쪽)

다른 하나는 공유지를 확장하는 지역적 풀뿌리 활동이다. 여러 지역의 예를 들었는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스페인 북서부 자치 도시 폰테베드라의 이야기다. 인구 8만의 해안도시인 이곳은 수만 대의 자동차가 경유하는 복잡한 도시였고 사고율과 범죄율이 높은 쇠퇴한 도시였다. 그런데 1999년 미겔 로레스라는 시장이 당선되며 자동차 통행을 제한했다. “도시는 단순히 길이 아니라 공존의 공간”이라고 말한 그는, 도심의 모든 지상 주차장을 폐쇄하고 차 없는 구역을 확장했다. 그 결과 도시의 자동차 4분의 3이 사라졌고 교통량이 97%나 감소했다. 자동차 소음 대신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도심을 채웠고, 안전한 도시로 이름이 나 더 많은 사람이 이주해와 도심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어 묵직하긴 한데, 의외로(?) 꽤나 재밌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해보자. ‘일론 머스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도 좋고, ‘작가가 좀 화가 나 있고 과한 것 같다’도 좋다.

그리고 꿈틀대자. 책 제목처럼 함께 손을 잡고 즐겁게 춤을 춰보는 것도 좋겠다. 책에서는 1995년 영국에서 있었던 한 사건을 에필로그에서 소개한다. 두 대의 차가 교차로에서 부딪쳤다. 운전자들이 말싸움을 하다가 서로의 차를 망치로 부수기 시작한다. 그러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와 교차로를 막고 춤을 추며 축제를 벌인다. “거리를 되찾아라(Reclaim the Streets)” 운동의 계획된 퍼포먼스였다. 우리는 어디에서 춤을 출까? 우리가 자본주의에 빼앗긴 공유지는 어디인가? 성장중심 자본주의에게 빼앗긴 공유지를 되찾고, 서로 연결되고 공유하는 ‘그너머’의 삶을 상상하고 실천해보자.

📬이번 호 고민

이번호 고민은 [기독청년프로젝트 시즌2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청년들은 왜 연애와 결혼이 힘들까? (2부) 영상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 결혼, 꼭 해야 하나요? 교회 분위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 미혼 청년입니다. 주위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있는데, 아직 저에게 결혼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가족 모임이나 교회 예배에서 “언제 결혼하냐”, “괜찮은 사람 없냐”는 질문은 이제 일상이고, 어떤 주일엔 아예 누가 결혼한다며 축하 인사를 받으라고 불러세우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교회에서는 “이제 청년부 졸업하고 장년부로 가려면 얼른 결혼해야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결혼을 해야만 제대로 된 어른, 신앙인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비혼”을 말하면 그냥 애써 못 듣는 척하거나, 뭔가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을 때도 있고요.

결혼에 대해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은 준비가 안 된 느낌인데, 이런 교회 분위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제가 정말 이상한 걸까요? 결혼을 늦추거나 하지 않는 선택도 교회 안에서 존중받을 수 있을까요?

익명 써퍼의 답변

교회, ‘다른 정상’들이 존중받는 공간으로

요즘에도 교회에서는 결혼만이 신앙의 성공 코스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죠. “빨리 청년부 졸업하고 장년부로 가야지”, “다음엔 네 차례!” 이런 말들이 꼭 악의가 없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 무게가 꽤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이 고민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교회와 사회, 가족까지 주변에서 끊임없이 던져지는 결혼 압박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고 그 불편함과 지침을 충분히 공감합니다.

문제는 단순히 마음이 흔들리거나 약해서가 아닙니다. 결혼을 삶의 정답처럼 여기고 사람을 비교하는 사회와 교회의 구조, 결혼해야만 어른으로 인정받는 분위기, 결혼하지 않으면 미완성처럼 여기는 문화가 진짜 큰 벽이죠. “비혼은 아직 미완성” “장년부로 빨리 올라가야지”라는 말을 들으며, 내 선택이나 고민이 이상하고 부족한 사람 취급받는 건 누구라도 힘든 일입니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아도, 또는 늦게 해도 당신이 덜 어른이거나 덜 신앙인인 것은 절대 아니에요. 교회와 공동체가 다양한 삶의 모습—비혼, 늦은 결혼, 싱글—이 ‘다른 정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의 문제를 나만의 미성숙으로 돌리지 말고 현실의 분위기와 벽을 솔직하게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교회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만으로 서로를 통해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결혼의 시기, 방식, 여부는 각자 다르지만, 외부의 압박과 비교로 인해 내 삶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을 존중해줄 수 있는 공동체가 세워지기를, 그래서 더 많은 청년들이 숨 막히지 않고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써퍼 님’의 신앙과 삶의 다양한 고민들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익명의 공간에서, 다른 써퍼님들의 댓글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나눠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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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토론회] 잔해 속의 그리스도, 가자의 인종학살과 한국교회의 맨얼굴

▣ 일시 : 11/4(화) 14:00-17:00

▣ 장소 : 두잉굿센터 엔피오피아홀(낙원상가 5층 500호) + 유튜브중계(성서한국)

가자에서 벌어지는 비극 앞에서, 신앙은 어떤 답을 낼 수 있을까요? 이번 긴급토론회는 시온주의를 신학적으로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팔레스타인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듣는 자리입니다. 권지성 교수와 뮨터 아이작 목사를 포함한 국내외 발제자들과 패널들이 ‘평화와 신앙의 길’을 함께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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